바다와 손 잡은 용연계곡
“이곳이 계곡이라고?”
용연계곡을 처음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계곡은 산과 산 사이에 자리 잡고 물이 흐르는 곳인데 이곳은 어째 산이 없습니다. 물은 흐르는데 산은 없고 대신 저 멀리 바다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산 없이도 풍경이 꽤 그럴듯합니다. 물길을 따라 바라보고 있자니 제법 깊은 계곡의 모습입니다. 산은 없지만 계곡은 맞았습니다. 용연계곡은 산 대신 바다를 이웃한 조금 특별한 계곡입니다.
계곡을 찾아다니다 보면 으레 하나쯤 만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출렁출렁 흔들리는 구름다리입니다.용연계곡에도 어김없이 구름다리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발을 내딛자 다리가 살짝 흔들립니다. 산과 산 사이를 바라보는 구름 다리가 아니라 한쪽은 계곡을 한쪽은 바다를 볼 수 있는 다리입니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라니. . .
| 용연구름다리 |
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용담1동 역사문화탐방길’ 안내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용연계곡만 둘러본다면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30분 남짓이면 충분한 짧은 산책길입니다. 계곡을 따라 걷고 출렁이는 구름다리도 건너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까지 만날 수 있으니까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계곡과 바다를 한꺼번에 만나는 제법 알찬 길입니다.
저 멀리 나무 위에 왜가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왜가리는 백로과에 속하는 흔한 물새로 하천이나 습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새입니다. 특히 물고기 등을 잡아먹으며 습지 생태계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라고 합니다. 용연 계곡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모습이 용연계곡의 진짜 주인같습니다.
용연계곡은 용두암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걸어서 6분 거리이니 꽤 가까운 곳입니다. 안내문에도 용연계곡은 용두암과 나란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계곡을 찾았다가 유명한 용두암까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니 한 번의 걸음으로 두 곳을 챙기는 셈입니다.
용연·용두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7호
용연은 제주시의 중심부를 남북으로 흐르는 한천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용연이 있는 한천의 하구는 용암이 두껍게 흐르다가 굳은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침식을 겪으며 깊은 계곡이 되었다. 그래서 그 양쪽 기슭에는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가 잘 발달하였다.
예로부터 용연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영주 12경의 ‘용연야범’으로 유명하다. 용연야범은 여름철 달밤에 용연에서 뱃놀이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 지방 관리와 유배된 사람들도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용두암은 용연의 서쪽 바닷가에 있는 용암바위이다. 점성이 높은 용암이 위로 뿔어 올라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밖으로 드러난 암석이 모두 붉은색의 현무암질로 되어있다. 용암이 굳은 뒤 파도에 깎이면서 그 모양이 용의 머리처럼 만들어졌다. 용두암은 옆에서 보면 용머리의 모습이지만, 위에서 보면 앞은 판을 길게 세워 놓은 모습이다.
짧게 걷고도 일석이조 풍경을 담아갈 수 있는 용연계곡은 계곡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한번 걸어볼 만 합니다. 산이 없고 바다가 있는 계곡. 용연계곡은 계곡의 고정관념을 제대로 깨 주는 곳입니다.
